서초역 근처에서 식사할 곳을 찾다 보면 한 번쯤 들어보게 되는 이름이 있어요. 바로 ‘광화문 미진’이에요. 사실 여긴 냉메밀로 워낙 유명해서 줄 서서 먹는 집으로 잘 알려져 있죠. 미슐랭 빕구르망에도 여러 번 선정됐고, 수요미식회나 맛있는 녀석들 같은 방송에도 자주 나온 곳이에요.
그런데 저는 이날따라 돈까스가 당기더라고요. 메밀 전문점에서 돈까스를 시켜도 괜찮을지 조금 고민됐지만, 궁금한 마음을 안고 문을 열었어요.
기대 이상의 푸짐함, 맛보기 보쌈 #
메뉴는 돈까스 정식과 온메밀, 그리고 함께 나눠 먹을 맛보기 보쌈을 주문했어요. 가장 먼저 나온 건 보쌈이었는데요. ‘맛보기’라는 이름 때문에 양이 아주 적을 줄 알았는데, 생각보다 접시가 꽉 차서 놀랐어요.
가격대를 생각하면 적당한 양일 수도 있지만, 보통 사이드로 주문하는 보쌈보다 훨씬 든든하게 느껴지더라고요. 고기도 잡내 없이 깔끔해서 메인 음식이 나오기 전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어요.

익숙하지만 무난한 온메밀 #
직장 동료분이 주문한 온메밀이 이어서 나왔어요. 한 젓가락 평을 들어보니 “딱 생각했던 그 맛"이라고 해요. 특별하게 엄청난 맛은 아니지만, 따뜻하고 깔끔하게 한 끼 먹기 좋은 익숙한 메밀 국수 맛이었다고 하더라고요. 자극적인 맛보다는 메밀 본연의 담백함을 선호하는 분들에게 잘 맞을 것 같아요.
메밀집에서 발견한 ‘인생 돈까스’ #
마지막으로 제가 기다리던 돈까스 정식이 나왔어요. 첫인상은 솔직히 김밥천국 같은 분식집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구성이었어요. 그런데 한 입 먹어보니 반전이 있더라고요.
튀김옷이 두껍지 않은데도 꽤 바삭했고, 속은 촉촉했어요. 고기 잡내가 전혀 없어서 좋은 재료를 쓴다는 게 느껴졌죠. 특히 소스가 인상적이었는데요. 처음에는 맛이 좀 약한가 싶었는데, 돈까스와 같이 먹으니 자극적이지 않고 달짝지근한 맛이 튀김의 느끼함만 딱 잡아주더라고요. 소스 맛에 묻히는 게 아니라 돈까스 자체의 맛을 잘 살려주는 조연 역할을 톡톡히 했어요.

냉메밀 육수와의 의외의 꿀조합 #
여기서 재미있는 포인트가 하나 더 있어요. 자리에 냉메밀 육수가 담긴 주전자가 있는데, 이걸 돈까스와 곁들여 마시니까 정말 별미였어요. 분식집 세트 메뉴처럼 메밀면이 같이 나오는 건 아니었지만, 육수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죠.
육수 자체의 감칠맛이 워낙 깊어서 왜 이 집이 냉메밀로 유명한지 바로 이해가 가더라고요. 만약 메뉴에 ‘냉메밀 돈까스 세트’가 있다면 정말 인기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.
메밀 전문점이라 돈까스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,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식사였어요. 가성비도 좋고 양도 푸짐해서 서초 직장인 점심 메뉴로 꽤 괜찮은 선택지가 될 거예요. 다음에는 이 집의 진짜 주인공인 냉메밀을 제대로 맛보러 다시 가볼 생각이에요.